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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을 하게된 남아공 출신 여성의 사연인데요. 그녀와 남편이 영국에 방문했다가 상상도 못한 일이 발생해 아주 당황스러웠다고 합니다. 과연 무슨 일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꽤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부모님이 복지사업을 꽤 크게 하셨기 때문에 자라면서 그렇게 큰 어려움 없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 후 대학에서 공부하며 아프리카 지역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대학원 공부를 잠시 멈추고 제가 살던 지역을 조금 벗어나 3달동안 다른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제가 탄자니아란 나라에서 우물을 만들어주는 봉사활동을 할때였죠. 당시 한국에서 온 봉사단체와 함께 열심히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어요.
그 당시 저는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를 갔는데 그곳에는 교회가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요일만 되면 모든 자원봉사자들이 교회로 모였습니다.
그날은 교회에서 작은 행사가 있는 날이었는데요. 한국인 무리와는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한국인 남성 한명이 제 테이블에 와서 앉더니 인사를 건넸어요.
그 후 대화를 몇마디 나눴는데 알고보니 저보다 3살 어린 동생이었죠. 그 남성은 고등학교때 미국 유학을 다녀와서 영어도 꽤 유창한 편이었습니다.

그렇게 짧은 대화로 시작된 인연을 시작으로 우리는 이후로도 계속 연락을 주고 받게 되었습니다. 항상 저를 편안하게 해주고 배려해주는 성격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먼곳까지 와 봉사활동을 하는 따뜻한 마음과 종교까지 같았기에 저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어요.
그렇게 봉사활동이 끝나 각자의 나라로 돌아갔을때에도 매일 문자와 전화를 주고 받았고 연인 사이가 되어 몇달에 한번 정도는 한국과 남아공을 번갈아 가며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죠.
그렇게 큰 문제 없이 알콩달콩 연애를 하고 프로포즈까지 받아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식을 무사히 올리고 저희 부부의 신혼여행지는 영국 런던으로 정했습니다.

남편이 유럽 여행을 꼭 가보고 싶다고 한 것도 있었지만 저희 언니가 런던에 살고 있었거든요. 어린 조카 때문에 저희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언니와 조카의 얼굴도 볼겸 해서 영국으로 떠나기로 했어요.
유럽여행이 꽤나 비싸다보니 신혼 여행 준비과정과 여행비용 같은 것들의 대부분은 제가 준비를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솔직한 속마음은 항상 남편보다는 제가 좋은 환경에서 생활을 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그런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사건이 생겼습니다. 저는 영국 입국비자를 받기 위해서 남아공에 서류를 보내고 받는 과정과 여러가지 허가사항들을 챙기며 굉장히 어렵게 여행비자를 받아냈어요.

반면 한국인이었던 남편은 비자를 받을 필요도 없이 무비자로 영국 여행이 가능하더라고요. 저는 혹시나 여행 비자가 나오지 않을까, 일정이 늦춰질까 걱정했는데 남편은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 과정이 하나도 없었다는게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그렇게 저희는 여행을 떠나 기분 좋게 런던 공항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어요. 제가 입국심사관에게 남아프리카공화국 여권을 내민 후부터였죠.
심사관은 저에게 무슨 일로 방문했는지, 얼마나 머물것인지 등 간단한 이야기들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미리 비행기에서 어느정도 간략하게 입국승낙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는데도 불구하고 심사관은 의심의 눈초리로 저에게 날카로운 질문들을 쏟아냈죠.

저는 당연히 몇가지만 대답하면 빠르게 통과될 줄 알았는데 30분이나 시간이 지났는데도 저를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런 대우를 받는건 저뿐이었어요.
함께 비행기를 타고 왔던 남편과 다른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입국 절차가 끝나더라고요. 저는 이대로 가다간 입국 거절도 당할 수 있겠다 싶어서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남편을 불렀습니다.
남편은 심사관과 몇마디를 나눈 뒤 저희가 함께 찍은 사진들과 자신의 한국 여권을 직원에게 보여주었고 신혼여행을 목적으로 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바로 통과였습니다. 제가 고생하고 있던것이 거짓말 같았죠. 순간 어이가 없을 정도로 당황해 기분이 나빴던 저는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이렇게 쉽게 통과 시켜줄거면서 왜 그렇게 오래붙잡았던거냐 라고 따져물었죠. 그러자 직원은 제가 적은 입국 신고서에 문제가 있다고 답변을 했어요.

제가 적은 단 한문장 때문이었죠. 여행 목적을 적는 항목에 제가 “여행 중 가족 집에 방문하여 아기를 돌보겠다”라고 적은게 문제 였다는 거에요.
해당 직원은 제가 적은 내용이 무보수로 고용 되었다는 것을 의미 한다면서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관련한 불법체류자 문제가 심각해 고용과 관련한건 어쩔 수 없이 엄격하게 대응하도록 되어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설명을 듣고 한동안 기분이 나빴지만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후 공항에서 나오면서 남편과 대화를 하는데 남편은 별다른 걸 묻지도 않고 바로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었다고 해요.

남편과 저는 입국심사에서 차원이 다른 대접을 받은 것이었죠. 그것도 영국에서 말이에요. 저는 이때까지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여권의 힘이 이정도로 대단하다는 것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이번일을 통해서 저는 제 남편이 뿌듯할 수 밖에 없었죠. 남편과 함께하면 공항에서 마치 외교관들이 받는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한국 여권은 거의 전세계 모든 나라를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더라구요. 솔직히 이정도인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을 통해서 꼭 해야하는 계획이 생겼습니다. 한국에서는 저를 외국인 며느리라고 부르며, 남편과 결혼했기 때문에 잠깐 살고 있는 외국인이 아니라 당당한 한국인이 되기 위해서 귀화를 준비하려고 해요.
아직은 한국어도 미숙하고 공부할게 산더미처럼 있지만 저를 열심히 도와주는 남편 덕분에 올해 안으로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언젠가는 저도 한국여권을 가지고 여행가는 날이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