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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벌써 62살이나 먹은 할아버지 입니다.
저는 벌써 택시기사로 일한지 30년 정도가 된 것 같은데요. 운전 실력에도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고 이 일을 하며 동네지리도 더 잘알게되고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아 계속해서 하고 있네요.

저도 처음부터 택시일을 하러고 했던 것은 아니였습니다. 과거 막노동 일을 하고 있던 중 큰사고가 나 다리를 잃을 뻔 했는데요. 옆에 있던 동료가 재빠르게 저를 구해줘 간신히 온전한 몸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좀 더 몸이 안전한 일을 찾게 되었고 택시기사의 일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제 아내는 과거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어느날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에서 검사해보니 폐암 말기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5개월정도 투병생활을 하다가 그만 저와 어린 딸을 두고 먼저 가버렸습니다. 처음에는 딸이 잠든 사이 몰래 눈물을 훔치곤 했는데요. 잠든 딸이 깰까 숨죽여 울었습니다.
엄마 없이 아이를 키우려니 정말 힘들더군요. 아는 것도 많이 없어 하나하나 배워가며 키웠습니다. 딸이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새벽까지 일을 했었어요. 학원도 보내야하고 아이 용돈도 줘야하고… 돈들어갈 곳이 많으니 더 열심히 일할 수 밖에요.
그래도 제가 일한만큼 돈을 더 벌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큰 저희 딸은 서울 의대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저희 동네에서 큰 잔치를 벌였네요. 저도 모르게 주책 마냥 눈물이 나더라구요.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딸은 저에게 그동안 고생하셨던 것 다 안다며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며 저에게 꽃다발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저희 딸은 병원 인턴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딸에게 말하지 않고 병원에 진료를 보러 갔는데 다른 남자와 웃으며 얘기하는 딸을 보았습니다. 그때 딸이 연애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집에와 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영환: 이제와? 저녁은 먹었고?
혜지: 아빠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저녁은 병원에서 먹고 왔어요.
영환: 오늘은 조금 피곤해서 쉴까하고 일찍 들어왔어.
혜지: 잘하셨어요. 이제는 일 하지 마시고 쉬시라니까요. 아빠 나이도 벌써 62세 잖아요. 제가 용돈 넉넉히 드릴게요.
영환: 아니야. 일을 하고 몸을 움직이는게 즐거워서 하는거지. 일을 관두면 우울할 것 같아.
혜지: 알겠어요…대신 피곤하면 꼭 쉬면서 하세요!
영환: 알겠다. 딸 근데 혹시 남자 생겼니?
혜지: 네?
영환: 내가 오늘 사실 진료 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너와 다른 남자와 이야기 하고 있는 걸 봤다. 그냥 봐도 사귀는 사이 같던데?
혜지: 왜 저한테 말도 없이 오셨아요. 사실 만난지 1년정도 됐어요. 정말 진지하게 만나고 있구요. 좀 더 있다가 결혼할 생각도 있구요. 그때 연락드리고 정식으로 인사드릴거에요.
영환: 알았다. 똑부러지는 우리딸이 알아서 잘만나고 있겠지. 걱정 안하고 있으마.

그 뒤로는 별말 하지 않았어요. 저희 딸이 똑부러지고 야무진 성격이라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나서 한 3개월쯤 지났을까 그 남자와 정식으로 뵙고 인사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좋으니 편한 시간대에 만나자고 해 점심 때쯤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저희 집이 조금 낡은터라 분위기 있는 한정식 집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만나니 훤칠하고 여유로운 것이 약간 있는 집에서 자란 것 깉더라구요.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집안 차이 때문에 걱정이었어요.

그래도 예비사위는 제 손을 잡아주며 한가지 일을 그렇게 오래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존경한다고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 모습에 믿고 딸을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먼저 집에 들어와 한참을 아내 사진만 바라봤네요. 약간 복잡한 감정이 들었거든요. 그 후 딸에게 일주일 정도 뒤에 남자 집안에 인사를 드리러 가겠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 뒤로도 점심시간이나 잠깐 쉴때 딸과 예비사위가 틈틈히 안부인사를 하는 전화를 하곤 했어요. 신경써주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은 남자를 만났구나 싶었죠.

그렇게 여느때처럼 돌아다니다가 한 여성 손님을 태웠어요. 처음엔 시내에 있는 백화점으로 가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가고 있는데 거의 다 와갈때쯤 갑자기 다른 동네에 있는 백화점에 가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일단 알겠다고 하고 다시 방향을 틀어 운전하고 있는데 갑자기 차 시트에 들고 있던 커피를 쏟더니 짜증을 내더라구요. 30년 일하면서 이런 진상 손님이 없었던 것도 아니니까 꾹 참고 목적지에 도착 했는데 갑자기 돈을 주지 않겠다고 하더라구요.
영환: 손님 말씀하신 XX백화점 정문 입니다.
여성손님: 아니 여기까지 오는게 왜이렇게 오래 걸려요? 막 돌아서 온 거 아니야? 당신 때문에 약속 늦었는데 어떻게 책임 질거야 어?!
영환: 그게 무슨 말이시죠? 저는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가장 빠른 경로로 온 것 입니다. 길을 잘못든 적도 없구요.

여성 손님: 됐고. 나는 택시비 못주니까 그렇게 알아요. 늦었으면 운전이라도 좀 잘하던가. 당신이 운전을 험하게 하는 바람에 들고 있던 커피 쏟았잖아 아깝게 정말. 이 옷이 얼마짜리 인줄이나 알아? 당신 한달 일한 돈 한푼도 안쓰고 사야 살 수 있는 옷이야 이게!
영환: 보자보자 하니까 아까부터 왜 자꾸 반말해? 내가 이 일 하면서 당신 같은 사람 한두명 본 줄 알아? 세탁비 줄테니까 그냥 갈길 가세요.
여성손님: 뭐? 너 나한테 이렇게 대하고도 이 동네에서 편히 살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누군줄 알고! 보니까 네 인생도 사이즈 나오네. 아내는 죽고 혼자 시간 조절 가능한 일 찾다가 택시일이나 했겠지. 딱 보니 나랑 비슷한 또래 같은데. 자식은 있나? 어휴 이렇게 손님 비위 맞추는 거 가족은 알라나 몰라. 우리집 개랑 딱 비슷한 삶을 사네.
영환: 저기요.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가진게 많으면 뭐 사람들한테 막말하며 상처줘도 되는거야? 그리고 뭐? 내가 개랑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고? 내 삶을 그쪽이 뭘 안다고 함부로 판단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걸면 인생 다 가진 것 같고 사람들이 다 그쪽 발 밑에 있는 것 같아?

차 앞에서 언성을 높히고 싸우니까 한두명씩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게 느껴졌어요. 결국 손님은 자기 건드린 거 후회 할 거라며 가만 두지 않겠다고 난리쳤고 결국 다른 택시기사들까지 와 말리기 시작했죠.
결국 평소 친하게 지내던 다른 택시기사가 세탁비 하라며 돈 20만원 정도를 쥐여주고는 좋게좋게 끝내자며 저를 말렸죠. 그 여자는 돈을 받더니 자기 옷무새까지 정비하고 가더라구요.
정말 화가나고 그 20만원이 아까웠지만 그냥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고는 동료 택시기사에게 미안하다고 하며 제 지갑에 있던 20만원을 건네주었어요. 그냥 자기가 준거라며 안받으려고 했지만 끝까지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30년 택시기사를 하며 이런 진상은 정말 처음 봤었습니다. 그날은 하루종일 커피 닦아내느라 진땀을 뺐네요. 그 일이 있고나서 며칠 후 남자집안과 딸이 식사를 하고 왔습니다.
제 걱정과 달리 딸의 말로는 좋게 봐주셨다고 해요. 제 직업에 대해서도, 아내가 먼저 간 것에 대해서도 대단하시다며 존경한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상견례 날짜를 잡게 되었고 오전부터 신경쓰고 약속장소로 가게 되었어요. 제가 제일 먼저 도착해 긴장되는 마음으로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요. 조금 기다리니 딸과 예비사위, 예비 사돈께서 같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예비 안사돈의 얼굴을 보자 저는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예비 안사돈의 정체가 바로 저번에 그 진상손님 이었기 때문이죠.
제가 놀라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 사람이 먼저 얘길 하더라구요.
예비 안사돈: 어머 안녕하세요. 여기서 또 뵙네요.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곤 생각 못했죠?
혜지: 아빠 이게 무슨 말이에요? 어머님하고 전에 만난 적 있으셨던 거예요? 어디서 만나셨던거에요?
예비 안사돈: 저번에 한번 택시를 탔는데 너희 아버지가 운전하는 택시였어. 그날 많은 일이 있었지. 동네 참 좁죠. 부끄러워서 어떻게 얼굴 들고 다니신데요? 무슨일 있었는지 그날 너희 아버지가 얘기 안하시던?
영환: 저도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저번에 좋게 끝난 것 같진 않은데 알면서도 상견례를 왜 진행하셨죠?
혜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두분 무슨일 있으셨던 거에요?
예비 안사돈: 저번에 내가 백화점에서 약속이 있어서 가던 길에 이상한 택시를 타서 옷을 다 버린 적이 있다고 했잖니? 어휴 그때 운전도 어찌나 험악하게 하고 길도 돌아가던지. 약속시간에 많이 늦어서 내가 친구들한테 꾸중을 들었다니까. 그때 들고 있던 커피도 쏟아서 옷도 다버리고 다리에 화상도 입었어. 아직도 다리가 빨갛다니까. 그래서 내가 앞으로 운전 조금 더 조심해서 하시라고 몇 마디 했더니만 난리를 치면서 나를 때리려고 했다니까 글쎼? 그래서 그때 길에 사람도 많이 모이고 난리도 아니였어!

저는 안사돈의 거짓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예비 사위와 딸은 정말 그런 거냐며 저를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저를 의심하는 딸에게 절대 그런 일 없다며 다 거짓말이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때 있었던 일을 얘기했죠.
딸과 예비사위는 누구의 말이 맞는거냐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던 그때 안사돈이 예비 사위에게 참을 수 없는 말을 하더라구요.
예비 안사돈: 아들 이래서 못사는 것들하고는 상종을 하면 안된다니까. 좀만 성질나도 참을 줄을 몰라요. 가진거 없는 사람들은 가진게 많은 사람들을 이용하려고 온갖 거짓말을 한다니까. 에휴 아내도 잃고 얼마나 악착같이 살아왔겠어. 어휴 딸이 의사라고 자기까지 의사인 줄 아나. 어디 딸 끼워팔아서 팔자 좀 펴볼라고 했나본데 그쪽 같은 집안에 우리 귀한아들 절대 내줄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
저는 그 말을 듣고 너무 화가나 물을 얼굴에 끼얹게 되면서 순식간에 상견례는 파토가 나게 되었어요. 옆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던 딸을 데리고 상견례장을 먼저 나왔고 집에 오는 길에 저는 딸에게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감정적으로 나왔나..좀만 참을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하지만 저런 성격을 가진 안사돈 밑에서 시집살이 하는 건 안봐도 어떨지 알기 때문에 심란한 마음으로 집에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딸은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예비사위에게 전화가 왔는지 언성을 높이며 싸우더라구요. 결국 딸과 사이는 헤어지게 된 것 같았습니다.
딸은 그 뒤로 마음을 추스리며 지내는 듯 보였어요. 그 후 딸은 차에 있는 블랙박스를 다 확인했고 고위로 커피를 쏟은 것부터 밖에서 말싸움을 하는 것까지 다 확인을 했습니다. 그러고는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며 뭔가 계획을 꾸미는 듯 보였어요.
그러고 나서 며칠 후 예비 사위가 저희 집 앞에 찾아와 미안하다며 무릎꿇고 빌었지만 저희 딸은 절대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알고보니 예비사위는 출근도 하지 않고 점점 폐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혜지는 단호했어요. 이 사태가 점점 커지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예비사위가 해서는 안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고…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 딸은 많이 괴로워보였습니다.

그날 밤 저희집에는 예비 안사돈이 찾아왔고 제발 우리 아들 좀 살려달라, 자기가 다 잘못했다며 무릎꿇고 오열했습니다. 딸은 그런 안사돈에게 이미 자기가 확인을 다 했다며 그때 뻇어간 20만원을 내놓으라고 오히려 영업을 방해한 그쪽이 손해배상을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 우리 아빠한테 가서 손이 발이되도록 빌으라고 했죠. 그 말을 들은 안사돈은 바로 지갑에서 돈을 꺼내 저에게 주면서 정말 죄송하다고 자기가 잘못했다며 납작 엎드려 제 발목을 잡고 빌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딸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화를 냈고 예비 안사돈은 눈물을 쏟으며 잘못했다고 빌었습니다.
하지만 자식을 둔 부모로써 어떤 심정인지 알기에 모질게 대하질 못하겠더라구요. 알겠다고 그만하라고 하며 안사돈을 일으켜세워서 사과는 받을테니 돌아가달라고 하고 했습니다.

안사돈은 딸의 손을 잡으며 제발 우리 아들에게 한번만 가달라는 말을 끝으로 돌아갔습니다. 그제서야 딸은 긴장이 풀린 듯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고 그모습을 아무말 없이 뒤에서 안아주었습니다.
그 후 예비 사위는 트라우마가 생겼던 것인지, 신경이 잘못된 것인지 손이 떨리며 수술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의사직을 내려놓았다고 하네요. 모든 건 안사돈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시작이 된 결과였습니다.
자신이 했던 행동을 돌아보고 잘못을 충분히 뉘우쳤으면 하네요. 현재 저와 딸은 아무렇지 않은듯 잊고 살아가고 있어요. 딸에게도 정말 큰 아픔으로 남았을텐데 현재까지 잘버텨주고 있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저희 딸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조금이나마 힘 낼 수 있게 여러분께서 위로와 응원의 한마디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긴 사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표본이네요. 사람의 근본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한 집안과 인연을 맺지 않는 것이 따님을 위해서도 천만 다행입니다. 인생은 뿌린데로 거둔다고 언젠가는 복받으실 겁니다. 아니 그러한 집안과 엮기지 않은것이 복이겠지요. 힘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