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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52살 먹은 남자입니다.
저는 지금은 무역 사업으로 나름 떵떵 거리고 살고 있지만 저에게도 과거 학창시절엔 많은 방황을 했었습니다.
그 때 만난 선생님과의 인연은 저의 인생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었죠.
저의 아버지는 제가 중학교 시절에 공사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시고 저는 지방에 허름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었어요.
어머니는 얼마전 까지 그 아파트에서 혼자 지내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날 병원에서 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간호사] : 박순자씨 아드님 되실까요?
[진성] : 네~ 맞습니다. 누구시죠?
[간호사] : 지금 박순자씨가 뇌출혈로 쓰러진 상태여서요. 보호자 분이 00병원으로 빨리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놀라서 고속도로에서 시속 180키로를 밟으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사고가 나지 않을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빨리 엄마가 있다는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70도 넘은 노인네여서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었죠.
병원에 도착을 하자마자 어머니가 계시는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간호사] : 보호자분~ 이쪽으로 오세요!
[진성] : 네! 혹시 저희 어머니가 어쩌다가…
[간호사] : 뇌출혈로 쓰러지셨어요. 공원에서 어떤 할아버지께서 발견을 하셨는데 응급차를 불러주셨고 보호자분이랑 연락이 되기 전까지 같이 계셔 주셨어요.
[진성] : 그분 혹시 연락처가 있을까요?
[간호사] : 아 그건 저희도..
저는 어떤 할아버지 께서 저희 어머니를 구해주셨다는 이야기만 들었고 그 분에 대한 어떤 정보도 얻을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뒤로 몇개월을 말도 잘 못하시고 똥오줌도 못가리시는 상태로 계속해서 누워계셨고, 다행히도 그 분이 일찍 발견을 해주셔서 응급처치를 해주신 덕분에 사망이나 식물인간 상태는 피할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몇개월 동안 고향과 서울을 왔다갔다 하며 어머니를 간호했습니다.
다행히도 어머니는 많이 호전되었고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활발히 움직이실수 있게 되셨죠.
그 때 어머니가 그 생명의 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어머니] : 진성아. 그 때 그 분은 찾았니?
[진성] : 아직요.. 그 분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고 가시지 않아서요…
[어머니] : 내가 그 때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잘은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그 분 검지 손가락이 짤려 있었단다..
하지만 그런 단서만 가지고 사람을 찾기엔 역부족이었죠.
그렇게 어머니는 퇴원하시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시게 되었어요.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이제는 주말만 어머니를 보러 내려와야 했죠.
그렇게 몇개월 후.

동창에게서 전화가 오더라고요.
[동창1] : 야! 조진성! 너 이번 동창회는 나오냐?
[진성] : 글쎄… 안그래도 주말마다 어머니보러 내려가긴 하는데…
[동창1] : 그럼 이번주 토요일에 함보자~ 우리 안모인지 오래됐잖냐~ 이번엔 창식이도 온데~
[진성] : 그.. 그래..
그렇게 주말이 되었고 동창녀석이 알려준 삼겹살 집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그 가게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담임선생님이 운영하던 고깃집이었던 것이죠.
고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은 저에게 있어서 사람답게 살게해준 선생님이세요.
저는 중학교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론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고 매번 싸움박질만 하고 다니던 문제아였습니다.

대충대충 학교를 다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엄마의 부탁으로 진학을 하게 되었고,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 되니 사춘기에 절정에 이른 저는 반항이 극에 다르게 되었습니다.
그 날은 야간자율 학습을 땡땡이 치고 학교 뒷산으로 친구 한녀석과 넘어가 담배를 피고 있었어요.
그 때 저희 담임 선생님께서 저희를 발견하시곤 얼차례를 주신 후 학교로 가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라고 하셨어요.
저희는 끌려오듯 학교로 돌아왔지만 저는 기분이 안좋았고 쉬는 시간 옆반에 제일 잘나가는 놈과 씨비가 붙게 되어 싸움이 크게 나게 되었습니다.
주의에선 저희를 말리지 못하고 그저 눈치만 보고 있었어요. 그 때 저희반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셨습니다.

[담임선생님] : 야! 너희들! 학교에서 뭐하는 짓이야!
저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서로를 죽일듯이 노려 보았죠.
그리곤 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미술시간에 나무를 자를때 사용하고 씻어서 말리고 있었던 공예용 톱을 들었어요.
모두가 놀란눈빛으로 처다보면서 비명을 지르는데 담임선생님은 톱을 휘두르는 저를 유일하게 말리는 선생님이셨죠.
그렇게 선생님은 그만 오른쪽 검지 손가락이 짤리고 말았어요.
저는 너무 놀라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구급차가 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저에게는 징계위원회가 열려 학교에서는 거의 퇴학이 확정이었죠.

선생님은 다음날 학교를 나오게 되었고 저는 선생님에게 사과를 해야했지만 아무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당장 저녀석 학교에서 짤라버리겠다며 호통을 치는 상황이었고요.
하지만 그 때 담임선생님 께서 저의 퇴학을 반대하시더라고요.
[담임 선생님] : 학생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학교에 나와서 배우는 것이고, 그러니까 미성년자로 저희들의 보호를 받는거고요. 저는 진성이를 용서할 생각입니다. 대신 앞으로 제말은 잘 듣겠다는 조건으로요.
그렇게 선생님은 저를 용서해 주셨고 저는 선생님에게 평생을 거쳐 감사해야하고 은혜를 주신 아버지 같은 분이 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선생님에게 그런 표현을 하지 못했고 그렇게 졸업을 하게 되었죠.
그런 선생님을 30여년이 지난 동창회에서 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보자마자 눈을 마주칠수가 없더라고요.
[진성] :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담임] : 이야~ 이게 누구야! 진성이 아니냐! 야 인마! 그동안 연락도 없고 뭐했어! 선생님 삼겹살집 장사한지가 벌써 10년차인데! 와서 좀 팔아줘야지~
[진성] : ….
[담임] : 얼른 들어가 앉아~ 애들 거의다 왔다~
그렇게 저는 아이들 사이에 앉아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때 선생님 께서 제 앞에 앉으시더라고요.
[담임] : 진성이 한테 소주한잔 받아볼까~
[진성] : 선생님… 그동안 연락도 못드려서 죄송합니다…
[담임] : 뭘 죄송해~ 다들 먹고 사는냐고 바쁘지 뭐~
[진성] : 한잔 드릴게요..
[담임] : 그래~ 어머니는 건강 많이 괜찮아 지신거고?

[진성] : 네? 저희 어머니 편찮으신지 어떻게 아세요?
[담임] : 사실 그때 공원에서 진성이 어머님 쓰러진거 발견한 사람이 나야..
[진성] : 네…?
[담임] : 어휴 그렇게 됐다! 나도 나중에 안거야. 간호사님이 말하는거 듣고 알았어.
[진성] : 그런데 왜 말도 없이 가셨어요!
[담임] : 너 정신 없을까봐 그랬지…. 어머님 지금은 괜찮으신거지?
[진성] : 네… 제가 정말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담임] : 뭘 인마! 우리가게 자주와서 삼겹살 사주면 장땡인겨~ 다음에 어머니 모시고 한번 와라
[진성] : 선생님….

저는 그날 눈물이 끝없이 흘렀습니다.
박창호 선생님… 그 분은 정말 제 인생에서 두번다시 없을 은인입니다.
그 뒤로 저는 어머니를 모시고 선생님에게 인사를 드렸어요.
선생님은 자식이 없으시고 아내분이 돌아가셔서 혼자 장사를 하며 사셨다고 해요.
그렇게 선생님에게 자주 찾아뵙고 마치 아버지를 모시듯 같이 여행도 다니고 명절날 모여서 식사도 하고…

그렇게라도 할 수 있는게 어디인가? 잘 했다. 늦었지만 선생님께 잘 해드려야 한다. May God bless you.! underwoodmoon in Bu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