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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55이 되는 대학생 딸 아이의 엄마입니다.
오늘은 다름아닌 제 할아버지와 관련한 저의 사연을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 부모님은 사고로 돌아가시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에서 길러졌습니다.
할아버지는 당시 충북 증평에서 벼농사를 지으시던 농부였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자식들을 3남매를 키우셨는데 제 아빠만 남기고 모두 당시 전쟁직후 힘들었던 시기 전염병으로 아이들을 잃으셨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의 아버지를 애지중지 키워 오셨지만 하나뿐인 아들마저 며느리와 함께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렇게 손주들을 떠맡아 키우시게 된 것이죠.
저의 기억속에 할아버지는 항상 과거의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할아버지의 엄마와 형제들의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예진아 할아버지도 예진이처럼 엄마가 있었고 동생들이 있었단다…”

“그럼 지금은 어디로 갔아요?”
“할아버지가 초등학교 시절에 우리나라는 전쟁을 했었어…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군인으로 끌려갔고 엄마와 할아버지 동생 2명이서 피난을 가고 있었지.. 어느 다리를 건너고 있었는데 어디서 폭탄이 터져 사람들은 어수선하게 달리기 시작했고 우리 가족도 피하다가 할아버지는 숲속으로 숨었고, 계속 달리다보니 할아버지의 가족들은 더이상 모습이 보이지가 않더구나… 그 뒤로 6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렇게 만나지 못한채 살고 있단다…”

“그럼 할아버지도 이산가족이에요?”
“그래… 이산가족… 어디에 있는지 할아버지도 알수가 없었어..”
가끔 할아버지는 혼자 소주를 마시며 상자속의 사진을 꺼내어 할아버지의 형제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취업을 하게 되었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두 나이가 드시고 저라도 나가서 벌어야 하는 상황 이었기 때문에 저는 대학교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공장으로 취직을 했습니다.
공장에서 일을 하던 저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 남자는 저에게 항상 자상한 사람이었고 직장 내에서도 책임감이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남자라면 저는 얼마든지 저의 미래를 맡길수 있겠다는 마음에 남자의 청혼에 수락을 해 결혼 허락을 맡으러 남자의 어머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남자의 어머니는 저를 많이 반겨 주었어요.

“그래 너가 예진이니? 정말 반갑다”
“안녕하세요! 신예진 이라고 합니다!”
“너도 신씨니? 나도 신씨인데~”
“아 정말요 어머니? ㅎㅎ”
그렇게 어머니와 저는 많은 공통점 들이 있었고 마치 엄마를 만난것 처럼 시어머니가 될 사람과 친해지게 되었어요.
그렇게 3달을 교류하던 어느날 저희는 결혼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어머니에게 밝히게 되었습니다.
남자 : “어머니! 저희 이제 서로에 대해 알아갈 만큼 알아갈 때가 된 것 같고 이제 슬슬 결혼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

“그래 ㅎㅎ 엄마는 너네 언제 결혼하나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어~ 그나저나 예진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다녀왔니?”
“네. 안그래도 오전에 찾아 뵙고 정식으로 인사 드리고 오는 길이에요.”
“그래 잘했다. 언제 한번 어르신들이랑 식사 한끼 같이 하자꾸나”
그렇게 저희는 상견례 날짜를 잡고 하루빨리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상견례 날이 되어 고급 한식집에서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와 오빠네 어머님이 같이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죠.

“안녕하세요 사돈 어르신~ 우리 정식이 애미되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요”
“하하 저는 예진이 할비되는 사람입니다. 이쪽은 예진이 할머니 이구요. 예진이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이세상을 뜨게되어 이렇게 저희가 오게 되었네요”
“사돈 어르신 말씀은 예진이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ㅎㅎ 6.25때 북에서 내려오시게 되셨다고요”
“네~ 이제는 너무 오래전 일이 되었지만 저는 북에서 내려와 가족들이 어디에 살아있는지 조차 모르네요.”
“사실 제 어머님도 북에서 오셨다고 하셔서요.”
“정말요? 허허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제가 알수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신 자 옥 자 경 자 이십니다.”
“신옥경..? 혹시 북 어디서 오셨다고 했소?”

“북에 순안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혹시 어머님 사진좀 볼수 있습니까….”
그때 어머님은 지갑속에서 사진 한장을 꺼냈고 그 사진을 본 저와 할아버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저에게 어렸을때 부터 보여주었던 과족들과 찍은 한장뿐인 사진이었던 것이죠.
할아버지는 아무말도 못하시고 호주머니에서 품고 다니던 손수건으로 감싸던 사진 한장을 꺼내서 보여주었어요.
그 사진은 어머님이 가지고 있던 사진과 동일한 사진 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도 너무 놀랐고 서로 바라보고 5초간 멍을 때리며 서로 바라보고 있었죠.
“그래.. 어머님은 살아 계신가요?”
“저희 어머님은 돌아가신지 3년되셨습니다…”

“어떻게 이렇일이…”
맞습니다. 할아버지의 동생분이 제가 결혼을 할뻔했던 남자의 외할머니 였던 것이었죠.
그 결혼은 결국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결혼을 하기에는 촌수가 너무 가까웠었고 그 당시 어른들은 이런 상황을 절대로 허락해 주시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