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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60대 중반이 다되어 가는 노인네입니다.
이 나이먹고 심심풀이로 사연 보는 맛에 사네요 ㅎㅎ
지금 손녀에게 부탁해서 컴퓨타로 써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여러사람들이 이런저런 사연을 갖고 산다고 하지만 저도 남들에게 사뭇말하기 힘든 과거가 있는데요.

지금은 운이좋아 행복을 조금이라도 찾은것 같았지만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한 아픔을 가지고 몇십년의 세월을 산 기억이 저에게는 있습니다. 그럼 제 글솜씨가 조금 부족해도 잘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저와 제 와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제 집사람은 저와 동갑으로 26살 은행원으로 첫 취직을 했을때 같은 동료 사원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첫눈에 반하게 되었고 적극적으로 대시를 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순간이 가장 후회가 됩니다. 제가 그녀와 만나지만 않았었더라면 우리에게는 불행이 찾아오지 않았을 테니까요.
저와 아내는 이성적으로 교류를 시작하고 나서 부터 빠르게 서로에게로 빠졌고 1년만에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다집했습니다. 저희에겐 아이가 생겼었거든요.
아이는 딸아이였어요.
저희 딸의 이름은 ‘예슬’이에요.
예슬이를 낳고 저희 부부는 지극정성을 다해 키웠습니다.
원래 엄마 아빠가 다 그렇게 아이를 대하겠지만 저희는 특히 더 그랬던것 같아요.
그렇게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고 6살이 되는 어느날 이었어요.
예슬이는 동네 친한 친구가 생겼다며 같이 좋아하는 떡볶이 집으롤 간다고 나갔어요.
그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 날 하늘에선 눈이 정말 많이 내렸었죠.
그렇게 점심때 나갔지만 오후 6시가 되도록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보통 친구들이랑 놀러 나갔을 때는 저녁을 먹을때쯤엔 돌아오기 때문에 저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같이 놀러 간다고 했던 슬기네 집으로 전화를 걸었죠.
“혹시 예슬이랑 떡볶이 먹으러 간다고 했다가 아직 우리 예슬이가 돌아오지 않았는데 돌아 왔을까요?”
“아네~ 저희 슬기는 이미 들어왔습니다. “.

“슬기한테 어디에서 헤어졌는지 물어봐 주실수 있으실까요?”
슬기의 말로는 오후 4시쯤 서로 헤어졌다고 합니다.
저희는 아이가 실종되었음을 직감하고 바로 경찰로 달려가 신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cctv가 동네에 1개 있을까 말까한 상황이어서 아이를 찾기에는 역부족이었죠.
그렇게 저희 부부는 예슬이가 돌아오길 하루… 이틀… 1년…2년…
수년이 흐르고 5년째가 되던해 아내는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아이를 잃고 거의 밥도 먹지도 않고 힘들게 살아가다 먼저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내가 떠나고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고 혹시나 예슬이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으러오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떡볶이 장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십년 저는 같은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장사를 하곤 했습니다.
그 날은 정말 특이한 날이었어요. 저희 가게 유리문 밖으로 어떤 아이가 계속해서 서 있길래 나가 보았더니 비가 많이 오고 있었죠. .

그 아이는 꼭 제 딸을 보는것 같았어요. 제 딸의 쌍커플 없는 눈매와 볼록한 귀가 꼭 닮았죠.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왠지모르게 잘해주고 싶더라고요.
“애야 너는 이름이 뭐니? 떡볶이 먹고갈래?”
“정해수라고 해요! 아… 저도 떡볶이 너무 좋아하는 돈이 없어요 아저씨..”
“괜찮아 ㅎㅎ 오늘은 너가 마지막 손님이라 아저씨가 특별히 공짜로 줄게!”
그렇게 저는 아이에게 떡볶이와 순대를 대접했죠.

아이는 정말 맛있게 먹더라고요. 그 먹는 모습도 어찌나 제 딸과 닮았던지 하지만 이미 많은 세월이 흘렀던 상황이기 때문에 절대로 해수는 제 딸일수가 없었죠.
그 뒤로 몇번 저희가게를 들렸고 그때마다 저는 아이가 어찌나 반갑던지. 그 아이를 보려고 장사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어요. 해수는 어떤 남성을 아빠라고 소개를 해왔어요.
“안녕하세요 ㅎㅎ”

“아이고. 사장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제 딸이 매번 신세를 많이 졌죠?”
“별말씀을요 ㅎㅎ 해수가 어찌나 이쁘던지… 마치 제 딸과 많이 닮아서요. 딸이 생각 많이 나서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오늘은 제값주고 팔아드리려고 제가 일부러 왔습니다.”
“아이고 괜찮아요~ 해수와 해수 아버님에게는 오늘 특별서비스로 드릴테니 ㅎㅎ”
“저.. 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식사라도 한끼 대접하고 싶은데.. 매번 이렇게 저희 아이가 신세를 지는것도 너무 실례인것 같아서요.”
“아 ㅎㅎ 안그러셔도 되는데ㅎㅎ”
“언제한번 저희 집으로 초대 드릴게요!”
그렇게 저는 해수의 아버지가 초대해 준 집으로 갔습니다.
남자 혼자 애키우는 집 치고는 정말 깔끔하게 되어 있더라고요.

저는 식탁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해수 아빠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습니다.
“실례 안된다면 해수 어머님은 어떻게 돌아가시게 되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 와이프는 해수를 낳을때 그만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랬군요.. 제가 괜한 실례를 한 것 같네요”
“아닙니다..! 그래도 이제는 많이 괜찮아 진것 같아요. 해수가 불쌍한 아이죠”
“사실 제 딸이 해수만할 때 실종되었어요. 그래서 해수가 정이 많이 가더라고요.”
“그런 가슴아픈 사연이 있었군요…”
“이제는 30년이 넘은 일이죠 ㅎㅎ 예슬이는 살아는 있을런지… “
“예슬이요?”
“왜그러시죠?”
“죽은 제 아내 이름이 최예슬이에요”
“최예슬이요? 제 딸도 최씨인데… 이런 우연이 다있네요 ㅎㅎ”

“그것보다 예슬이도 사실 어렸을때 부모님을 잃어버린 후 고아원에서 계속해서 자랐다고 들어서요. “
“설마… 혹시 사진을 볼 수 있을까요?”
“아넵! 잠시만요. “
해수의 아버지는 저에게 사진 한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 속에는 해수 엄마의 어릴적 보육원에 찍은 사진들이 들어 있었죠.
“아니…”
정말로 믿기 힘든 사진들이었어요. 그 사진속 어린 여자아이는 지난 수십년간 찾아 헤매던 잃어버린 제 딸이었으니까요..
“예슬아… 예슬아!..”
저는 그 자리에서 엉엉 울었어요.

그리고 이런 말도안되는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해준 떡볶이 에게 감사했죠.
해수는 제 손녀였어요. 손녀가 저를 찾아온거에요.. 우리 딸이 보냈나봐요..
저는 다음날 예슬이의 납골당으로 갔어요. 그리고 아빠가 이제와서 미안하다고 다음생에 만나면 꼭 그때는 행복하자고 전해주고 왔습니다.
그렇게 제 손녀와 사위를 만난지 5년째가 되었네요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