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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일매일 소소한 행복을 찾으면서 살아가는 20대 남성입니다. 저에게는 아픈 가족사가 있는데요 제 사연을 먹먹함 마음으로 꾹꾹 눌러 담아 보겠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5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슬픈 마음에 장례식을 치르는 와중에도 제대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던 저는 그곳에서 믿을 수 없는 행위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조의금은 이자로 생각하고 받아 갈 테니까!”

“그 손 안 치워요!?”
바로 큰아버지가 아버지는 자기에게 빚을 졌다며 차용증을 저와 어머니에게 보여주셨고 어머니는 그럴 일이 없다며 말다툼을 하셨지만 조의금을 이자로 받아 가겠다며 난리를 치시는 큰아버지를 쉽게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에는 다 사연이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아버지의 형제분들에게 무시를 당했었는데 할머니가 말씀하시기로는 배가 다른 형제여서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형제들의 갈굼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자 할머니는 아버지만 데리고 집을 나오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소문 끝에 아버지를 쫓아온 형제들은 아버지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대신 일을 나가게 시키는 등의 악행을 계속 일삼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성인이 되어서 가정을 만든 후에도 형제분들과 계속 연락하면서 명절마다 선물을 들고 인사를 드렸고, 그래도 자기 가족이라고 하시면서 계속 챙기셨습니다.
어느 날은 퇴근하신 아버지가 처음 보는 아저씨들과 집에 돌아오셨는데, 고향 친구분들이라고 하셨습니다. 어리둥절하게 인사를 하고 방에 들어가 있던 저는 뭔가 큰소리가 들려오기에 슬쩍 들어보았더니 친구분들이 무언가 권유하는 듯했습니다. 잠시 후 친구분들이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어머니와 얘기를 하셨고 며칠 뒤 아버지는 모아두셨던 재산을 전부 친구들에게 들은 좋은 투자처에 다 투자하셨고, 얼마 뒤에 들려온 소식은 그 투자처는 제대로 된 곳이 아니어서 사기를 당했고 친구분들은 아버지의 돈을 가지고 해외 원정도박을 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평소 고혈압이셨던 아버지는 크게 충격을 받으시고 쓰러지시셔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급성 뇌출혈로 결국 돌아가시게 됐습니다. 그 과정 중에 큰아버지는 갑자기 아버지가 자신에게 큰돈을 빌렸었다며 저와 어머니에게 앞으로 대신 갚으라고 하시더니 장례식장에서까지 추악한 행동을 한 것이었습니다.
“아이고… 우리 아들이 무슨 죄를 졌다고…”
“어머니, 이 자식 돈도 제대로 다 안 갚고 죽었는데 뭘 그리 슬퍼하세요.”

상심이 크셨던 친할머니는 큰아버지의 행패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으셨는지 가지고 계셨던 땅을 팔아서 아버지의 빚을 갚아주셨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를 계속 찾으시면서 앓아누우셨다가 일주일 뒤 아버지를 따라가셨고, 저는 한 달도 안 되어서 가족의 장례를 2번이나 치르게 되었습니다.
“제수씨~ 빚은 아직 남았으니까 이자라도 꼬박꼬박 달라고요.”
“저 인간은 정말…”

큰아버지는 잠시 잠잠해졌었다가 아직 빚을 다 갚은 것이 아니라며 다른 차용증을 들고 나타났고, 어머니는 어떻게든 빚을 청산하고 저를 먹여 살리시겠다며 식당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슬픔에 빠진 저는 두 분이 안 계시게 된 집안을 정리하다가 아버지의 물건이 담긴 상자를 발견했는데 내용물 중에 편지가 있어서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내용은 평범하게 안부를 묻는 것이어서 별생각을 하지 않았다가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기에 뭔가 싶었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빚을 진 것도 모자라서 바람을 피우고 자식까지 만들었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치솟는 배신감에 분노했고, 편지를 보냈던 주소에 아버지와 어떤 사이인지 알려달라며 제 연락처를 써서 편지를 보냈습니다.

며칠 뒤, 답장을 받은 날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저는 일단 받아보았습니다.
“여보세요? 아빠 아들분 되시는 분이시죠?”
“예, 실례지만 아버지와 어떤 관계이신가요?”
목소리는 꽤 나이가 있을 것 같은 여성의 목소리였는데, 통화로 하기에는 너무 길어서 직접 저를 만나서 얘기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다음날 약속 장소로 나가자 고급 외제차에서 내리는 여성의 모습을 보고 당황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어제 연락드렸던 차미연이라고 합니다.”
“아, 네… 처음 뵙겠습니다.”
여성은 간략하게 자기를 소개하더니 덥석 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와 무슨 사이인지 카페로 가서 천천히 들어보니 아버지의 친딸은 아니고 예전에 자신을 도와주신 은인이어서 아빠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사연은 이랬습니다. 어렸을 적 부모님을 잃고 동생들과 지내던 여성은 며칠 동안 굶어서 너무 배가 고팠고, 동생들이라도 뭔가 먹여야 할 것 같아서 동네 슈퍼에서 빵과 우유를 훔치다가 주인에게 잡혀서 경찰서로 가게 되었고, 당시 사건을 담당하셨던 분이 아버지였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여성에게 제대로 밥을 사주면서 생활비로 쓸 수 있도록 월급의 반을 여성에게 쥐어주셨고 우리 가족 몰래 정기적으로 여성에게 생활비를 보내주었다고 하셨습니다. 그 뒤로 여성은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면서 정말 친딸처럼 지내게 되었고, 그 뒤로 고등학교를 못 가고 생계를 유지를 위해 일만 했었던 게 너무 안타까워서 검정고시라도 보는 게 어떻겠냐며 지원을 해주셨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도 다니게 된 여성은 평소 자신이 관심이 많았던 옷으로 진로를 정해 쇼핑몰 운영을 시작했고 지금은 월 매출이 억대가 될 정도로 잘나가는 쇼핑몰의 사장님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우리 가족의 은인이셔서 꼭 호강시켜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늦었네요.”
천천히 얘기를 나누던 여성을 우리 집을 방문하여서 어머니에게도 인사를 드렸고 두 사람은 이미 아는 사이였는지 서로 위로하면서 펑펑 울었습니다. 그러고는 어머니에게 통장을 하나 건네주었는데, 그 통장에는 10억이라는 거금이 들어있었습니다.

“이런 큰돈을 어떻게 받아…?”
“어이~! 제수씨!”
감동스러운 순간에 큰아버지가 독촉을 하려고 집을 방문하셨고, 여성은 상황을 알고 있었는지 큰아버지와 대면하고 차용증을 확인해 보더니 아는 사람에게 제대로 된 차용증이 확인해 주겠다고 하면서 돌아갔습니다. 큰아버지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져서 쥐도 새도 모르게 모습을 감추었고, 며칠 뒤 여성에게 연락이 왔는데 차용증은 위조된 것이었으며 아버지의 인감도장이 찍혀있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큰아버지를 사기죄로 고소했고 곧 경찰 조사가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며 이제 마음 편하게 지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