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누르고 계속 보기
공부밖에 모르던 저는 대학생이 된 20살에 처음으로 남자 동기에게 적극적인 대시를 받았고 어느새 저도 그에게 마음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던 저희는 어느새 연인 사이가 되어있었고, 매일이 새롭던 저는 그와의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즐거워서 통금시간은 꼭 지키라고 하셨던 엄격한 부모님에게 매일 혼나면서 밤늦게 집에 들어갔지만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어느 날은 남자친구 집 근처를 손잡고 걸어 다니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자친구가 놀란 표정을 지어서 뭔가 싶었습니다. 건너편에 계시던 남자친구의 부모님이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셨던 겁니다. 다음 날 듣기로는 부모님께 저와 교제 중이라는 걸 당당하게 밝혔고 어떤 사람인지 얘기했더니 좋아해 주셨다고 했습니다. 저는 내심 걱정했지만 우리집과는 다르게 오히려 여자친구에게 잘 해주라는 말씀까지 해주셔서 기뻤습니다.
그렇게 저의 부모님께는 들키지 않고 순조롭게 교제가 계속되어가다가 몸의 변화를 느껴서 병원 방문하였습니다.
믿고 싶지 않게도 저는 임신한지 1개월이 조금 넘은 상태였고 저는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자기야, 나 사실 애 생겼어…”
“뭐!? 얼마나 된 거야!?”
남자친구에게도 바로 말할 용기가 없었던 저는 일주일 동안 고심한 끝에 사랑의 결실이자 제가 갖게 된 아이이기에 어떻게든 키워보겠다는 생각으로 남자친구에게 말했고, 남자친구는 크게 놀라면서도 꼭 저와 아이를 책임지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겠다며 결혼을 하자고 말했습니다.
“그럼 우리는 이제 가족이니까 어떻게든 해볼게. 내가 자기랑 우리 아이 꼭 행복하게 만들어 줄게. 약속해.”
“이제 우리는 엄마랑 아빠니까 같이 노력해 보자.”
제 부모님에게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말씀드리기로 하고 먼저 남자친구 부모님을 찾아뵙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젊은 나이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 거야… 우리는 가족이나 다름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잘 낳아서 같이 행복하게 살면 돼.”

남자친구 부모님께서는 미안해하시면서 가족이 된 거나 다름없으니 같이 행복하게 살자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집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따듯함에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고 하면서 첫 번째 난관은 잘 극복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저희 집안이었습니다. 당장 아이를 지워버리라고 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두려워서 얘기는 하는 걸 계속 피해왔던 저는 결국 누가 보아도 임신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배가 나오게 되었고, 결국 부모님께서도 저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셨습니다. 부모님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셔서 저를 이렇게 만든 놈을 데려오라고 하셨고 며칠 뒤 결국 남자친구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이놈이야!? 어딜 귀한 집 자식을 이렇게 만들었어!? 네가 다 책임질 수 있어!?”
“아버지, 어머니! 저 아이 낳기로 결심했어요! 실수로 생긴 거라고 해도 결국 제 아이잖아요!”
불편한 자리지만 결심을 굳힌 저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부모님에게 처음으로 대들면서 허락을 구했고 부모님은 저를 못 이기겠다는 걸 알아차리셨는지 져주시는 듯했습니다. 겨우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낸 저는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했는데 받지 않더니 갑자기 며칠 동안이나 연락이 안 되었습니다. 그러고는 2주일 뒤에 남자친구가 만나자고 연락을 하였고 저는 뭔가 상황이 이상해져 가는 걸 느꼈습니다.
“나, 너랑 애 책임 못 져.”
“뭐라고? 연락 안 되다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지금!?”
“일단 이거 받아둬.”

남자친구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더니 엄청 큰 금액의 돈을 넘겨주면서 아이는 입양을 보내라고 차갑게 말했습니다. 저는 왜 마음이 변한 건지 알지도 못하고 떠나버린 남자친구에게 큰 배신감과 절망감을 느끼면서 결국 홀로 아이를 낳게 되었습니다. 어두운 배경에서 나온 아이였지만 너무나도 예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이대로 무너져 저와 아이 둘 다 불행하게 살면 안 된다며 저를 호주로 유학을 보내셨고, 외국으로 가 제2의 인생을 찾으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이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부모님의 성화를 못 이기고 결국 아이를 남겨놓고 외국으로 간 엄마가 되었습니다. 호주에서 8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저는 상위 교육기관의 졸업장도 취득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바로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스펙을 쌓은 후 여러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둔 상태로 귀국하였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저는 바로 취직하여 회사를 다니게 되었고, 10년 동안이나 제 아이를 만나지 못 한 채 외롭게 지내다 보니 인생에 회의감이 느껴졌고 하루하루가 공허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퇴근 후 회사 근처 바에서 혼술을 하고 있던 저는 꽤나 취한 상태가 되자 어떤 남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씨 아니야? ……”
그때 상대방이 저를 아는 것처럼 말해서 경계심 품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다음날 출근해 보니 직속 상사이신 최과장님이었다는 걸 직접 듣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때 제가 많이 취해있어서.”
“죄송하면 다음에 한 번 같이 가시죠.”

과장이시지만 동안이시고 신사적인 분이셔서 저는 사과를 할 겸 며칠 뒤 함께 바에 모시고 갔습니다. 서로 술이 들어가니 회사에서는 하지 않던 사적인 얘기를 서로 하다가 뱃속에 아이가 있었던 아내분을 사고로 잃으셨다는 얘기를 듣고 제 이야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서로 큰 아픔을 겪은 처지라 서로를 위로해 주는 말을 주고받았고 어느새 거리가 엄청 가까워졌고 외로움에 치여서 살던 저는 최과장님과 결혼을 전제로 사귀게 되었습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으로 치유받던 저는 부모님에게 연락을 드렸고 그 때 믿을 수 없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네 애 아빠, 10년 동안 암 투병 중이야.”

전 남자친구가 갑자기 모습을 감추다가 갑자가 나타나서 돈만 쥐여주고 떠난 이유가 사실은 암이 진행되어서 쓰러져서였고, 이 사실을 전 남자친구 어머니가 우리 집으로 직접 찾아오셔서 부모님께 얘기를 드렸는데 부모님은 아이를 직접 키우시기로 결정한 뒤 저를 해외로 보내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남자친구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얼마 안 남았다고 하여서 저는 퇴근 후에 바로 그를 찾아갔습니다.
“여기는 어떻게?”
병실로 찾아가자 전 남자친구와 어머니가 같이 계셨고 그동안 하지 못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도 대장암 투병 중이시지만 이미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고 아들도 곧 따라가기에 본인도 치료를 포기하고 집과 남은 재산들을 손자에게 다 상속하시겠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우리는 죄인으로 살다가 가지만, 손자한테는 뭔가 남겨주고 싶었어.”
“미안해. 혼자 너무 고생하게 해서. 그리고 아들 잘 키워줘.”

저는 그동안 혼자 투병해 왔을 그를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더는 슬퍼할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저만 모르는 것들 투성이였습니다. 저는 이 얘기를 최과장님께 들려드렸고, 과장님께서는 함께 슬퍼해 주시면서 재산을 받기보다는 전 남자친구 어머니의 치료비로 쓰자고 하셔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저는 최과장님과 결혼을 하게 되었고 부모님이 돌봐주셨던 제 아이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전 남자친구 어머니는 치료가 잘 되어서 현재는 완치 판정을 앞두고 계시고, 평일에는 아이들 봐주시고 계십니다. 슬픈 일들이 많았지만 가족을 생각하면서 매일매일 힘차게 살아가 보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