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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며 금쪽같은 한 아들을 키우고 있는 40대 남성입니다. 제 아들은 선천적으로 간이 좋지 않아서 어릴 때부터 주기적으로 병원을 다녔었는데요, 좋은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도 차도가 보이지 않아서 식단과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을 꾸준히 하면서 어떻게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습니다.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고도 간 건강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치료비로 저축해 두었던 돈도 바닥을 보여서 살고 있던 아파트를 내놓고 월세방을 구해 이사를 다니는 신세가 되었고 한 해에만 3번을 이사를 하면서 힘겨운 날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월세 유별나게 저렴한 낙후된 동네, 빈민촌까지 알아보고 결국 그곳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짐을 옮기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집 앞 슈퍼를 방문하려던 저는 가게 안이 소란스러운 것을 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서 조심히 들어가 보았습니다.

“아니! 이 아저씨 하루 종일 가게 앞에서 우리 물건을 보고 있는데! 왜 이제서야 오는 거예요!?”
“주인아주머니 진정 좀 하세요. 물건을 훔치시지도 않았다고 하시는데, 신고를 하시니까 그렇잖아요.”
보아하니 허름한 옷차림에 때가 탄 옷을 입고 계신 할아버지가 경찰 아저씨 옆에 있었고 카운터에 서있는 주인아주머니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물건을 고르는 척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도난 사고는 아니라는데 아주머니는 하루 종일 자신의 가게 앞에 거지 꼴을 하고 있는 할아버지가 가게 안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어지간히도 싫었는지 잘못도 없는 할아버지를 신고한 것이었습니다.

“일단 할아버지 여기에 계시지 마시고 얼른 집으로…”
말을 하려던 경찰 아저씨는 할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말을 삼켰습니다. 아무래도 노숙자로 보였는지 아주머니에게 주의만 주고는 다시 돌아갔고 주인아주머니는 화가 가라앉지 않았는지 할아버지에게 멀리 떨어지라며 물을 뿌리는데, 할아버지의 시선은 우유에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아니 나가라니까요!! 나가서 멀리 떨어지라고!”
존대조차 하지 않으며 할아버지를 내쫓고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온 주인아주머니를 보면서 무심코 살 생각이 없던 우유를 집은 저는 라면과 함께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르신, 이거 드세요.”
“아이…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할아버지는 어쩔 줄 몰라 하시면서 우유를 받으셨고 슈퍼에서 멀어지셨고 저는 그런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슈퍼 안을 한 번 들여다보고 조용해진 것을 확인한 뒤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그 동네에서 생활하는 게 적응이 될 때쯤 퇴근하는 길에 전에 만났던 할아버지가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고 계시는 발견했습니다. 바퀴가 굴러가는 게 신기할 정도로 낡은 리어카에 박스들이 잔뜩 쌓여있었는데 방지턱 쪽을 넘어가다가 도로변 쪽으로 접어놓은 박스들이 우르르 쏟아졌고 보다 못한 저는 들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 뛰어가서 도와드렸습니다.

“괜찮으세요? 일단 도로 쪽은 위험하니까 도와드리겠습니다.”
순식간에 쏟아진 폐지들을 다시 리어카에 실자 할아버지는 고개를 숙이시며 연신 감사하는 말씀만 하셨고 저는 추운 날씨에 몸 상하지 마시라는 얘기를 하면서 내려두었던 짐에서 귤을 몇 개 건네드렸습니다.
조금 늦어졌지만 집에 도착한 저는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오늘 있었던 얘기를 해줬는데, 어쩌다 보니 할아버지를 도와드린 얘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리어카 끄는 할아버지? 저도 오늘 학교 가면서 그 할아버지 봤어요.”
“아침부터 주우러 다니시는구나.”
평소 심성이 고운 아들은 그 할아버지를 떠올리고는 표정이 어두워졌고, 사실 그 할아버지를 자주 봤었다며 나이가 많으신데도 너무 고생하신다며 슬퍼했습니다. 아들은 저의 얘기를 듣고 내일은 쉬는 날이니 할아버지를 도와주자는 얘기를 했고 저도 알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어르신~!”
“할아버지!”
“이렇게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데…”
저와 아들은 아내에게 말하지 않고 아침 일찍부터 운동을 하겠다고 나와서 할아버지를 도와드렸습니다. 조금 놀라신 듯한 어르신은 아들의 봉사 과제라고 말했더니 도움받는 걸 거절하시지 않으셨고 저녁이 되기 직전까지 함께 움직였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하하, 고맙습니다.”

고물상에 다녀오신 어르신에게 인사드리고 집에 돌아가려고 했는데, 아내가 계란 좀 사 오라는 연락을 해서 아들은 먼저 집에 보내고 혼자 마트로 향했습니다. 아내가 계란이 싸다고 알려준 마트는 평소에 다니지 않던 길이어서 주변을 둘러보며 걸어갔는데, 익숙한 모습이 허름한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집 앞을 지나가던 저는 낡은 리어카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는 어르신인 걸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계란을 사서 돌아가던 저는 아들에게 할아버지가 어디쯤에 살고 계신다는 얘기를 해주었고 며칠 뒤에 아들은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서 할아버지 댁에 방문했습니다.

“맛있게 드셨대?”
“어떻게 알고 오셨나고 놀라셨는데 도시락 드리니까 당황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아무 말 없이 다 드셔주셨어요.”
아들은 또 학교 과제라고 말하며 봉사 활동이라고 둘러댔는지 깨끗해진 도시락통을 정리하면서 말했습니다. 저는 그런 착한 아들을 보면서 너무 뿌듯했습니다.
가끔씩 할아버지 댁에 방문하면서 교류를 하던 아들은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서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간의 상태가 예전보다 더 안 좋아져서 이식을 받지 않으면 간이 완전히 망가질 거라는 얘기를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도대체 우리 착한 아들이 왜… 왜 이렇게 고생을 해야 되는 건데…!”
아내가 아들 곁을 지키고 내일 또 출근해야 하는 저는 신세를 한탄하면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정신을 놓고 걷다 보니 평소에 가던 길로 가지 않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어르신 댁 앞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자네… 표정이 왜 그래?”
마침 집에 도착하신 어르신과 마주쳤고 죽상이 된 저의 표정을 보고 들렀다 가라는 어르신의 말씀에 같이 안으로 들어가서 아들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치료를 받아도 잘 나아지지 않는데, 이제 치료비도 없어서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이걸 써주게나.”
어르신은 장롱에서 꼬깃꼬깃 접혀있는 5만 원으로 되어 있는 돈뭉치를 저에게 쥐어주시며 말씀하셨고 딱 봐도 액수가 엄청나 보이는 지폐 수에 저는 당황해서 잠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건 어르신이 한 평생 모으신 돈이잖아요. 받을 수 없습니다.”
거절하려고 하자 어르신은 제 팔을 잡으시더니 어떻게든 쥐어주시려고 하기에 결국 저는 받을 수밖에 없었고, 꼭 다시 갚겠다고 반복해서 말하며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집으로 돌아가 아내에게 얘기하니 저의 등짝을 때리면서 화를 냈더니 저를 나무랐습니다.

“이 돈! 정말 그 노숙자 할아버지가 모은 거 맞아!? 훔친 돈이면 어쩌려고 덥석 받아왔어!?”
제가 받아온 돈뭉치를 들고 바로 집을 박차고 나간 아내는 할아버지 댁으로 직행했고 저도 정신을 차리고 뒤따라 갔습니다.
“아들을 살리는데 훔친 돈을 주겠나?”
평소처럼 침착한 어르신의 태도에 아내는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고 어르신은 저와 아내를 번갈아 보시더니 아까처럼 장롱에서 또 무언가를 꺼내셨습니다.
“이건 우리 가족사진일세. 한 20년 정도 됐겠네.”
보여주신 사진에는 바다가 보이는 엄청 큰 집 앞에서 가족들로 보이는 분들 중앙에 어르신이 서있었습니다.

“원래 내가 부산에 가지고 있는 땅이 많았어. 이름만 얘기해도 부산에서 다 알 정도로 부유했지.”
전혀 상상도 못한 얘기를 담담하게 풀어주신 어르신은 사실 엄청난 부자셨고, 자식이 세명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부자일수록 재산 문제로 다투기 쉽다는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닌 것인지 나이가 어느 정도 먹은 자식들은 어르신의 땅을 서로가 더 갖겠다며 매일 다투었고, 둘째 아들이 첫째 아들에게 농약을 탄 술을 마시게 하여 죽게 만들었고, 셋째는 그런 집이 지긋지긋해서 집을 나와 더는 연락이 안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셋째를 낳고 과다출혈로 아내분이 돌아가셔서 귀하게 키운 자식들이 돈 때문에 파탄이 나는 것을 보고 계시던 어르신은 조용히 홀로 집을 나오셔서 잠적하셨고 모든 땅들을 팔아서 현금으로 바꾸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러고는 속세에 회의감을 느끼게 되셔서 지금 살고 계신 허름한 집에 있는 장롱에 모든 돈을 없는 것처럼 넣어두시고 거지처럼 사셨다고 했습니다.

“내가 거지에 자식도 없는 노친네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자네 아들을 보고 있자니 지금은 세상에 없는 첫째 아들이 살아있었다면 비슷한 나이의 손주를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네를 도와준 것이네.”
말씀을 하시면서 장롱에 있는 돈을 다 꺼내시던 어르신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넘겨주시겠다면서 받아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정말 그럴 수는 없다며 거절했지만, 어르신은 이제 남은 날이 두 달도 안 되는 시한부라고 말씀하시면서 자기가 죽으면 간도 이식해서 아들을 살리는데 써달라고 하셨습니다. 저와 아내는 어르신의 사연과 순수한 호의에 눈물을 흘리며 그러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