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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센터에서 일하다가 유난히 예민하던 의뢰인에게 모욕적인 갑질을 당해서 거세게 항의한 적이 있었는데, 며칠 뒤 의뢰인이 본사에 컴플레인을 몇 번이나 넣어서 저는 그대로 잘리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신세 한탄을 하던 저는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 다른 일을 알아보았고 면접을 보러 다니기 위해서 미용실을 방문했다가 한 미모의 여성에게 첫눈에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시 빠른 시일 내에 일을 시작해야 했지만 그 순간에는 눈앞의 여성분에게 말이라도 붙여보지 못 하면 엄청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보았고, 그것을 계기로 인연이 시작되어 데이트 신청도 하고 거리가 가까워져서 어느새 연인 사이가 되었습니다.

도배사가 직업이었던 그녀는 아버지가 어느 지역을 가도 알아주시는 도배사 사장님이셨고, 일자리를 찾으며 전전긍긍하는 저에게 도배일을 배워 보는 건 어떻겠냐고 하며 엄격해 보이시지만 정이 많으신 아버지를 소개해 주었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저는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 드리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예상보다 섬세하고 고된 도배일을 배우면서 역시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것을 실감했고 좋은 스승이 되어주신 여자친구 아버지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일을 배우다 보니 금방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여자친구와의 교제도 순조롭게 진행되어서 결혼 얘기가 나왔고 세상만사가 다 즐겁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쉽게만 풀리지만은 않는 것인지 여자친구 아버지와 출장을 나갔는데, 소문으로 제 사정을 듣게 된 의뢰인이 작업 중인 저에게 대뜸 없이 여자친구 가족에게 빌붙어 사는 놈이라고 하며 큰 불쾌감을 주는 얘기를 해댔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었지만, 불같은 성격의 제가 거기서 반박을 했다면 저만이 아닌 여자친구 가족까지 욕을 먹게 하는 상황이 되어버리기에 꿋꿋이 버티며 작업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저를 깎아내리는 의뢰인들이 몇 명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오히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시기를 하는 것이라고 여기면서 제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던 저는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하여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일이 힘들고 가끔 부당한 일을 겪어도 아내와 가족분들에게서 힘을 얻던 저는 아이도 생기고 책임감이 더해져서 더는 어떤 말에도 흔들림 없는 굳센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유독 추운 날이 이어지던 겨울이 오고 일이 확 줄어드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도배 의뢰를 받고 찾아간 집에서 화재가 났었는데, 오래된 집이어서 불이 쉽게 번져 소화기로 끄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119에 신고를 하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대피 시키는데, 그 집의 손녀가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가 나오시지 못 했다는 말을 하여서 그 말을 듣고 저는 앞뒤 없이 다시 불길이 커지고 있는 집안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다행히 질식하시기 전에 무사히 할머니 안아들고 나와서 구출에 성공했지만, 탈출 중에 무너지던 천장에 어깨를 맞아서 당분간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크게 다친 것은 아니어서 금방 회복할 수 있다는 말에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저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연락을 받아보니 구해드렸던 할머니의 손녀 분이셨습니다. 저에게 몇 번이나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서 저의 얘기를 인터넷에 후기와 함께 올렸다고 했습니다. 몇 시간 뒤 인터넷에는 저의 얘기로 쓴 인터넷 기사가 유명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고, 그 기사에는 따뜻한 댓글이 가득했습니다. 저는 대가를 바라고 구해드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동하였습니다.

그 뒤로 할머니의 가족분들이 사례를 하겠다고 찾아왔지만 저는 이미 충분히 사례를 받았다며 오히려 제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할머니께 새 휠체어를 사들고 새로 이사가신 집에 방문하여 도배까지 다 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저의 이야기가 인터넷에 계속 퍼지자 가게의 홍보가 되어서 일 의뢰가 쉬지도 못 하게 계속 들어왔고, 퇴원을 한 저는 지금도 장인어른을 도와 바쁘게 일을 다니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