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누르고 계속 보기
안녕하세요. 저는 5살 아들을 키우는… 키웠었던 30대 엄마입니다. 어디 넋두리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먹먹한 마음으로 사연을 써봅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제 아들 강환이는 어느 날부터 열이 자주 나고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 이어져서 종합병원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여러 검사를 진행하던 나날에도 몸 상태가 나빠져서 걱정을 하던 와중에 청천벽력 같은 검사 결과를 듣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는데요, 다름이 아닌 백혈병이었습니다.
눈물을 앞을 가려서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있다가 애아빠에게 연락을 했는데 너무 침착해서 놀랐습니다.

저는 순간 화가 나서 애가 그렇게 아픈데 어떻게 반응이 그렇냐고 묻자, 자기라도 침착해야 한다고 말하더니 일이 바쁘다며 퇴근하고 다시 얘기하자고 했습니다.
아이가 아파도 무심한 남편과 사이가 나빠지고 저는 일도 그만두고 강환이의 회복을 위해서 밤새 붙어서 병원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다행히 치료가 잘 진행되어서 수치도 좋아지고 산책도 자주 나가다가 외출을 허락받고 집에 다녀오기로 했던 날이었습니다. 몇 달 동안 병실에서만 지내던 강환이는 오랜만에 집에 돌아갈 수 있어서 엄청 좋아하였고, 저도 많이 호전되어서 돌아다닐 수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시 병원으로 가기 몇 시간 전 집 근처 공원으로 오랜만에 산책을 나갔는데 멀리서 익숙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다름이 아닌 남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옆에는 처음 보는 엄청 꾸민 여자가 붙어 있었고 제 손을 잡고 함께 걷고 있던 강환이는 모르는 여자가 남편과 팔짱을 끼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습니다. 저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도중에 남편 뒤에서 처음 보는 여자아이가 걸어 나와서 더 할 말을 잃게 하였습니다. 세 사람은 화목하게 공원에서 나오더니 그대로 남편의 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했고 저와 강환이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고 한동안 서로 침묵했습니다.

다시 병원으로 함께 돌아오자 강환이는 말없이 누워만 있었고 상태가 좋아졌던게 거짓말이라는 듯 다음날부터 극심하게 악화되어서 환각이나 환청을 듣고 혼자 중얼거려서 정신과 치료도 함께 받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에게 그 여자는 누구냐며 따지고 싶었지만 강환이가 잠시라도 제가 곁에 없으면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불안 증세를 보여서 자리를 잠시라도 비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몇 번이나 남편에게 병원에 좀 오라고 연락을 했었지만 매번 너무 바쁘다고 하면서 거절하면서 전에는 별로 없었던 출장만 계속 다녔습니다. 그러던 와중에도 주말마다 테니스 모임은 꼭 참가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꼴보기 싫었습니다. 외도 현장을 목격하고 한 달이 지났을 무렵 힘들게 치료를 받던 도중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한 제 아들은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때마저도 남편은 “원래도 몸이 약한 애였잖아. 이제 편히 쉬게 해주자고.”라고 말했고 저는 장례를 치르면서 하루 종일 오열했습니다.

강환이가 세상을 떠나고 사는 것 같지 않던 나날을 보내다가 저도 살아서 의미가 없으니 죽고 싶어져서 아무 생각 없이 집 근처를 떠돌아다니다가 저녁이 되기 전인데 벌써 퇴근한 것인지 주차장이 아닌 길가에서 정차한 남편의 차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런데 또 공원에서 보았던 여자를 옆자리에 태우더니 남편과 어딘가로 향하기에 저는 급히 택시를 잡아서 남편의 차를 쫓아갔습니다.
차로 10분 정도 달리자 두 사람이 내렸고 저도 상황을 살피면서 내린 뒤 두 사람이 어떤 신축 아파트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조용히 뒤따라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다가 3층에서 내린 것을 확인한 뒤 밖에서 몇 호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어둑해진 복도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건물 밖에서 확인하고는 독기를 품고 3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둘이 들어간 집 문에는 집안에 아무도 없을 때 가스 점검이 왔는지 연락처를 남겨놓은 스티커가 붙어있었고 저는가스점검원인 것처럼 벨을 거침없이 눌렀습니다.

“누구세요~?”
“가스 점검 왔습니다.”
여자는 가스 점검이라는 말에 의심하지 않고 문을 열었고, 안을 들여다보자 누군가의 생일인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거실이 보였고, 제 얼굴을 본 남편은 귀신이라도 본 듯 깜짝 놀라면서 기립한 상태로 굳어버렸습니다.
“네, 네가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입이 떨어지는 모양인지 잘도 주둥이에서 질문을 던지는 남편 옆에 어린 여자아이가 고깔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저는 기가 막힘과 동시에 눈이 돌아갔습니다.
“아예 여기서 살림을 차리셨구만!”

집안을 더 둘러보니 셋이서 다정하게 아쿠아리움과 놀이공원에서 찍은 사진이 보였습니다. 강환이와는 한 번도 제대로 어딘가 놀러 간 적이 없었기에 저는 더욱 화가 났었는데, 더 끔찍한 사실은 강환이가 아팠을 때도 테니스 모임을 다닌다고 얘기하면서 세 명이서 어딘가 놀러 다녔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이 사람이야!? 아픈 자기 자식은 죽게 내버려 두고, 남의 자식을 챙겨!?”

놀란 남편은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상간녀는 어딜 자기 집에 들어오냐고 저를 쫓아내려고 했습니다. 저는 기운이 없는 탓에 밀려나면서도 분한 마음에 어떻게든 복수할 생각에 눈에 쌍심지를 켰습니다. 욕도 아까운 몹쓸 인간에게 쌓여있던 분노를 쏟아내지 못 하고 쫓겨난 저는 강환이를 생각해서라도 강하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면서 남편은 절대 행복하게 살게 두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일이 있었던 다음날부터 저는 두 사람의 직장에 바람을 피웠다는 소문을 냈고, 예상보다 소문이 빨리 퍼져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두 사람을 괴롭혔습니다. 상간녀는 자진 퇴사를 권고받아서 회사에서 나왔고 동네에서는 항상 얼굴을 가리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직급이 높았던 탓에 불명예스럽게 회사에서 잘리고 며칠 못 가서 수치심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자살하였습니다.
